무사는 저잣거리에서 검을 사용하지않는다

산행의상식

고산에서의 고소등반에 필요한 비아그라(월간산)발행

남산동 2008. 1. 23. 22:23

비아그라가 고산증 예방약으로 거의 확실하게 자리매김된 것 같다. 고산 트레커들은 물론 고산등반에 나서는 산악인들에게도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부전치료제는 치명적 고산병으로부터 목숨을 지키는 필수 구호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코베아의 김동숙 사장(59)은 2004년 서울산악조난구조대의 네팔 로부제캉 원정에 격려단장으로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한 적이 있다. 그때 확실하게 비아그라 덕을 봤다면서 이렇게 털어놓는다.

“해발 4,200m쯤 되는 딩보체엔가 다다랐을 때 으시시 떨리고 발도 차가워지고 하더군요. 아, 고소가 오는구나 싶었던 그 날 밤 잘 때 반 알(50mg)을 복용했는데, 곧 몸이 풀리고 따듯해지면서 잠이 스르르 오더라구요. 그렇게 잠을 푹 잤고, 다음날 아침 아주 컨디션이 좋아진 걸 느꼈어요. 이 날부터 낮에는 다이아목스를 한 알씩, 잘 때는 비아그라를 한 알씩 복용했는데, 그 후 5,000m대의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까지 별 고생 없었어요. 예전엔 3,000m만 넘어도 고소증이 왔었거든요.”

정용희씨(48ㆍ실다비산악회)는 최근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m) 등정 때 비아그라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제가 고소에 좀 약해서 고소에 가면 대개 어지럽고 졸립고, 손발이 저리고 하는 체질이라 이번 엘브루즈 원정 때는 처음 3일간 다이아목스를 복용했는데, 그래도 좀 어지러웠어요. 그래서 비아그라를 복용했더니 증상이 가시더군요. 숨은 좀 가빴지만 어지럼증이나 손발 저림증상은 없어졌어요. 등정 전날 밤, 그러니까 3,800m 지점 산장에서 자기 전(등정 7시간 전)에 50mg 먹고 출발 때(등정 2시간 전)에 또 복용하고 올라갔는데, 고소를 못 느꼈다 싶을 정도로 효과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정용희씨는 “일행 중 제 선배 한 분은 혈압이 높아서 의사 처방을 받아 비아그라를 사와서는 50mg씩 몇 번 복용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전한다.

그외, 비아그라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정씨는 “그때 산에서 웬 비아그라냐고 물었던 어느 동행자가 여러 사람한테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받았을 만큼 고산에서 비아그라 사용은 이제 상식이 된 것 같다”고 덧붙인다.


다이아목스와 작용기제 전혀 달라

고산 트레킹에선 이제 여성도 비아그라를 사용하는 추세다. 최근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다녀온 이기열씨(51ㆍ평택 여산회 전 회장)가 한 예다.

“2년 전 엘브루즈 등정 때는 구토증을 느낄 정도로 고소증이 심했어요. 그래서 석 달 전 킬리만자로 마차메루트 트레킹 갔을 때는 해발 4,600m 최종 캠프에 도착한 낮 12시경 반 알 50mg 먹고 밤 11시40분 정상 가기 직전에 또 한 알 먹었는데, 그 덕인지 모르지만 해발 6,195m 정상까지 올랐다가 하산할 때까지 고소증은 별로 못 느꼈어요.”

이씨는 해발 3,800m의 캠프에서 3일간 머무르며 고소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한편 킬리만자로 마차메 루트가 급경사인 엘브루즈와 달리 완경사인 등 등행 조건상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씨는 “분명히 효과를 본 것 같고, 그래서 또 트레킹을 간다면 꼭 다시 비아그라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만 여자가 비아그라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하며 웃는다.

기실 산악인들은 여러 해 전부터 비아그라를 고산등반용 비상약품으로 사용해왔다. 조형규씨(57)는 한국 산악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산악인으로서 눕체 동계 세계초등, 낭가파르밧 한국 초등, 에베레스트 남서벽 한국초등 등을 대장으로 이끈 한편 가셔브룸2봉, 로체 등정 등도 직접 해낸 산악인이자 함안에서 중앙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다. 그가 고산 원정대들에게 항상 여러 가지 비상약품을 채워 무료로 빌려주곤 해온 약상자는 한국 산악계에서 일종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조 대장의 말을 빌면, 산악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아그라를 고산병 예방 겸 치료제로 써왔다고 한다.


▲ <좌> 부산세관 직원들이 압수한 가짜‘비아그라’. 고산에서 고소증에 걸렸는데 진짜 비아그라가 아니면 큰 낭패이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우> 국내에서 시판중인 여러가지 발기부전치료제. 모두 혈관확장의 효과가 있다.(조선일보 DB 사진)
“봄시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엔 이미 5년째 매년 등반대 의료봉사를 나오는 북유럽 출신 어느 여의사가 있어요. 그 의사가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처방해주는 약이 실은 비아그랍니다.”

그러면서 조 대장은 다이아목스와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다이아목스는 일종의 이뇨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조금 장기간 쓰면 고소증은 좀 해소해주지만 신체의 밸런스가 깨지므로 무력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대원들한테 비아그라는 예방약으로, 다이아목스는 고소증이 온 다음 치료제로 쓰게 했어요. 증상이 심하면 두 약품을 같이 먹여서 저지대로 하산시켰고-. 하지만 베이스캠프에서 일단 고소적응이 되면 제2캠프 정도까지는 약을 복용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조 대장의 말을 빌면 비아그라는 폐, 성기, 뇌혈관의 순서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가장 무서운 고산병 증세인 뇌수종과 폐수종을 예방해준다는 것. 조 대장은 “해발 7,000m 이상의 고소캠프에서 뇌수종이나 폐수종이 오면 응급조치가 거의 불가능한데, 비아그라는 이런 치명적 상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품이라 할 만하다”고 말한다. 조 대장은 “동맥혈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로 측정해보면 바로 수치로 그 효과를 알 수 있다”고도 말했다.

여러 복용자들은 내일 정상길 상태가 어떨까, 눈보라는 오지 않을까 등등 다음날 산행에 대한 여러 궁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면 중 발기 등의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