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는 저잣거리에서 검을 사용하지않는다

산에관한이야기

(초반 산행법) 몸 안에서 부는 두 번째 바람을 아시나요?

남산동 2016. 6. 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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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산행 초반에 땀 좀 빼고 나면 몸이 풀린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산행 초반 잘 걸으면 종일 편안한 컨디션으로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산행 전에는 혈액의 80%가 두뇌와 내장에 머물러 있다. 운동을 시작해 지속하면 산행에 쓰이는 근육과 심폐기관으로 혈액의 80%가 몰리면서 운동 활성 상태로 몸을 만들어준다. 어렵게 들리지만 이것이 산행 초반에 땀 빼면 몸이 풀리는 원리다. 우리 몸은 현명해서, 주인이 산행을 하면 거기에 맞도록 몸이 최적화된다.

    다만 여기에는 요령이 있다. 산행 초반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걷되 쉬지 말아야 한다. 자주 쉬면 우리 몸이 운동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몸이 운동에 최적화되지 않으면 힘들다. 때문에 산행 초반에 만나는 오르막은 더 힘들게 느껴진다. 이 초반 오르막이 힘들더라도 퍼질러 앉아 쉬면 안 된다.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되 쉬지 않아야 한다.

    산행 초반 가장 힘든 이 순간을 사점(死點·Dead Point)이라 한다. 살벌한 이름처럼 ‘죽을 만큼 힘든 순간’이다. 유산소운동을 할 때 심폐기능이 한계점에 이르러 호흡곤란, 가슴통증, 두통 등의 고통으로 운동을 멈추고 싶은 느낌이 드는 순간을 말한다.

    산행 중 가장 많은 사망사고는 추락이나 조난이 아닌, 심장마비다. 평소 운동과 담쌓고 살다가 무리한 산행으로 심장 정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산행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 평소 자신의 운동량과 맞는 산, 자기 체력에 맞는 코스를 잡아야 한다.

    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걷는 등산인들. 세컨드 윈드 상태가 되면 최적의 몸 상태에서 헐떡이지 않고 산행 할 수 있다.
    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걷는 등산인들. 세컨드 윈드 상태가 되면 최적의 몸 상태에서 헐떡이지 않고 산행 할 수 있다.
    퍼질러 쉬지 않고 천천히 걸어 힘든 고비를 넘어서면 몸이 산행에 최적화된다. 이 상태를 ‘세컨드 윈드(Second wind)’라고 한다. 몸 안에서 부는 두 번째 바람이다. 세컨드 윈드 상태가 되면 숨막힘이 없어지고, 호흡이 깊어지며, 심장 박동도 안정되고, 통증이 사라져 산행에 최적화된 몸 상태가 된다.

    어떤 이들은 ‘30분 걷고 5분 휴식’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 이것은 우리 몸을 자동차에 비유했을 때 엔진이 과열되기 직전까지 과속한 다음 시동을 꺼서 엔진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하는, 과속-엔진 과열-엔진 멈춤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이 상태를 반복하면 연료 소모도 많고 자동차가 쉽게 망가진다. 에너지 낭비는 물론 건강까지 해치게 되는 것이다.

    사점과 세컨드 윈드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외국의 과학적인 운동처방기관의 실험에 따르면, 세컨드 윈드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 한 A그룹 50명과 그렇지 않은 B그룹 50명에게 동일한 장거리 운동을 실시하게 한 결과, B그룹은 20명이 중도에 포기했지만 세컨드 윈드를 알고 있는 A그룹은 불과 2~3명만 포기했다고 한다. 세컨드 윈드의 원리를 알고 산을 오르면 훨씬 능률적인 산행이 가능하다.

    산행 초반, 고통을 참고 천천히 계속 걸으면 몸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