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는 저잣거리에서 검을 사용하지않는다

산행의상식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백패킹 매너] 매너를 지키면, 사람도 얻고 자연도 얻는다!

남산동 2018. 9. 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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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운동 LNT 7원칙과 베테랑들이 알려주는 백패킹 예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에 나왔던 대사다.

예의(매너)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긴 인간 고유의 행동 방식이며

, 사람을 결정짓는 보편적인 가치 기준이다.

 매너는 사람을 만드는 걸 넘어,

사람을 얻는다. 백패킹에 적용하면 자연도 얻는다.

백패커는 하룻밤 산에서 자는 것이 행복이지만,

 과연 자연도 행복할까?

 더군다나 밤에 지글지글 고기 굽고,

 술 마시며 떠들고, 아무데나 대소변 누고,

기름기 가득한 음식 쓰레기 막 버리면,

 백패커가 머무는 곳은 자연에겐 지옥이 된다

.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단순히 산에서 휴지를 줍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나의 입장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배려해야 한다.

하지만 ‘자연을 보호하자’는 식으로

 관념적인 주장만 한다면 행동은 쓰레기 버리지 않기 같은 1차원적인 것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를 실감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구체적인 백패킹 행동강령을 세워놓고 지키도록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LNT 7원칙’이다.

LNT는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의 약자로 미국 국립공원 환경단체 주도로 시작된 환경운동이다.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LNT 7가지 대원칙과 그에 따른 세부 내용을 소개한다.

 대원칙 아래의 세부 내용은 한국 산에 적합한 내용을 기자가 임의로 쓴 것이다.

 미국의 광활한 자연과 한국 산의 특성은 다른 면이 있다.

전망데크에서 야영을 즐기는 백패커들. 텐트는 등산객이 하산한 후에 치고, 다음날 아침 등산객이 올라오기 전에 해체해야 한다. 

 

전망데크에서 야영을 즐기는 백패커들

 . 텐트는 등산객이 하산한 후에 치고,

 다음날 아침 등산객이 올라오기 전에 해체해야 한다.

1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너무 대충 간다. 산세나 주변 지형에는 관심 없고,

 오직 야영지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가에만 신경 쓴다.

산이든 해변이든 들판이든,

 도시를 떠난 자연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야영지의 지형을 파악하고 산행에 걸리는 시간과 난이도를 파악해야 한다

. 난이도에 맞는, 자기 체력에 맞는 무게로 배낭을 꾸리고 장비도 준비해야 한다

. 백패킹은 기본적으로 운행,

 즉 배낭을 메고 걷기가 선행돼야 가능한데 오직 텐트 치고 먹는 일만 생각한다.

2 본 것을 그대로 두기

사람이 만든 시설물이라 해도 오래 방치된 탓에 자연에 동화된 시설물이나,

 역사적 구조물을 마주치곤 한다.

 처음 본 그대로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옮기거나 건드리지 않는다.

 바위를 절벽에서 밀어서 떨어뜨리거나 나무나 꽃을 캐지 않는다.

산길 입구의 농작물은 주민들의 재산이며, 서리는 절도다. 

3 지정된 구역에서 산행하고 야영하기

한국 백패킹 환경에서 지정된 야영 구역은 없다

. 다만 자연 환경에 피해를 덜 끼치는 야영터는 있다.

  지역에서 야영할 땐,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정 구역이 있다

. 앞서 많은 사람들이 야영을 했던 터다.

이미 토양이 눌린 상태라 더 이상 새로운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바위 위나 데크 위, 눈이 쌓인 설원도 피해를 덜 준다.

 새로운 야영터를 만드는 건 피해야 한다

. 땅 위의 식물만 죽는 것이 아니라,

 땅 속 생명들도 죽는다

.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흙 속에는 무수한 식물들의 씨앗과 예비 생명들이 숨 쉬고 있다.

 사람들의 무게가 쌓이면 땅이 눌려 예비생명들이 싹을 틔울 기회를 잃게 된다.

4 쓰레기 확실하게 처리하기

한국 백패커도 쓰레기를 두고 오는 사람은 드물다.

쓰레기에 대해 선 확실히 선진적인 의식을 갖췄다.

 다만 음식 쓰레기에 대해선 아직 관대한 편이다.

 아무 것도 두고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음식 쓰레기는 가져오고 국물도 버리지 않는다.

계곡 부근에서는 소변을 누지 않는다.

 계곡이 균에 오염되면 숲의 구성원들 모두의 건강이 무너진다.

 대변은 야영터등산로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진 곳에 20cm 이상 흙을 파서 묻는다.

 용변 후 화장지와 물티슈는 지퍼백 등에 밀봉해 집에 가져와서 버린다.

 양치질은 토양오염에 치명적이다. 하룻밤 참거나 치실을 사용한다.

5 모닥불 최소화하기

미국처럼 광활한 자연을 가진 곳에서 모닥불은 허용되지만

, 우리나라 산에서 모닥불은 하지 말아야 한다.

 건조한 낙엽과 나무가 밀집해 있어 산불 위험이 높고 토양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모닥불은 캠핑장에서 화로대를 놓고 해야 한다.

 버너 사용시 산불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며,

 대부분의 캠핑 사고는 화기에서 발생하므로 사용에 안전을 기해야 한다.

 텐트 안에서의 화기 사용은 무척 위험하므로 더욱 주의하고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

6 야생동물을 존중하기

다람쥐나 새 같은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 건강을 해치며 습성을 바꿔 다른 위험에 빠지게 하며,

 생태계의 순리를 무너뜨리게 된다.

 계곡의 물고기도 잡아선 안 된다.

 야생동물은 거리를 유지하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깊은 산에서 “야호”하고 외치는 것은 산란기의 새들에겐 유산까지 이어지는 치명적인 행동이다.

 가급적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는다.

7 다른 방문자들 고려하기

충분한 공간이 있는데, 상대방의 텐트 바로 옆에 치지 않는다.

 먼저 인사해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예의를 지킨다.

 혼자 온 백패커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들 각자의 흐름과 시간을 즐기도록 존중한다.

 지나치게 음식과 술을 권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이라 해도 장비를 폄하하거나 장비 자랑을 하지 않는다.


[‘공정 백패킹 윤리지침’을 아시나요?]

COOL-K(인터넷상 닉네임) 김광수 백패커

PCT 4,300km 백패킹 종주, 스웨덴·노르웨이 쿵스라덴 440km 백패킹 종주. 현 제로그램 전략기획팀 과장.

필자가 근무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는 ‘공정 백패킹 윤리지침’을 백패커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기사에 맞게 일부 내용은 편집했다.

동행인원을 적게 하자

무리가 많아질수록 도덕심은 반비례해 해이해진다.

 가급적 혼자이거나 둘이 가는 것이 좋으며, 최대 4명 이하를 권장한다.

 동행 인원이 많으면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다른 백패커들과 주변 짐승들에게 해롭다.

자기 동네에 주말마다 수십 명이 떠들며 대형 배낭을 메고 지나다닌다고 상상해 보라.

그 누구도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패킹을 가볍게 하자

무거운 짐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것은 자연에게도 좋지 않다.

 깊은 숲, 높은 산으로 가는 것은 자연과 동화되어 내면을 돌아보고, 벗들과 나지막이 대화하기 위함이다.

 불편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술집에서 친구들과 떠들어야 한다.

 이제 무겁게 메고 온 배낭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가볍게 가라.

그리하여 더 멀리 가고, 더 많이 보며,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곳에 진정한 즐거움이 있다.

음식을 줄이자

1박의 백패킹에서 음식이 부족해 조난당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오히려 매번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번거롭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많은 음식은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고,

 그만큼 제한된 지구 자원인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고, 탄소 배출도 많아진다

.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지방과 단백질로 주 5일을 보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존중하자

우리가 방문하는 곳은 지역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이며,

 더러는 존경하는 조상님을 모신 곳이다. 엄숙하고 존중해야 할 곳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스쳐지나가는, 초청받지 않은 손님일 뿐이다.

 예의 바르고 겸손하게 행동하며 큰소리내지 말아야 한다.

 마주치는 그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누자.

해변에서 야영하며 백패킹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  

 해변에서 야영하며 백패킹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

지역 경제에 기여하자

가능한 지역 음식을 구입하라.

 대형마트의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사소한 것이지만 방문하는 지역의 시장,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가게를 이용하라.

 돌아오는 길,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한 끼 먹는  것은 좋은 추억이 된다.

지역 환경에 관심을 갖고 보호하자

우리가 방문하는 곳에는 희귀한 철새가 계절을 달리하며 찾아오고 있으며,

 그곳에만 자생하는 식물이 있다. 작은 관심만 가져준다면 평생 볼 수 없는 진귀한 동식물을 볼 수 있다.

 외부인의 방문으로 상처 입을 지역 환경을 위해 기여할 바를 찾는 것은 방문자의 작은 의무다.

지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자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어느 산, 어느 길모퉁이를 돌아가도 저마다 사연과 숨은 이야기가 있다.

 봉우리에 얽힌 이야기와 마을 어귀의 나무 한 그루가 가진 사연에 귀기울여보라.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남의 집에 간 손님이라 생각하라”]

BYE JUN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백패킹 장비전문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사실 백패킹 관련 내용 중 가장 조심스러운 주제다.

 잘 얘기해 봐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백패커들은 자기만의 야영 방식이나 습관이 있기에,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자칫 “당신이 뭔데?”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보통 “LNT 지침 찾아보세요”라고 얘기하고 끝낸다.

 오늘은 이것이 주제인 만큼, 무심코 범하기 쉬운 몇 가지만 얘기하겠다.

마주치면 인사하자

가장 먼저 얘기하고픈 건 인사다.

 내려가는 도중에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을 만나면 잠시 길을 비켜주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서로 인사하는 순간 산행이 훨씬 즐거워진다.

나사못 형태의 데크팩은 피해야 한다. 데크가 금방 손상된다. 

 나사못 형태의 데크팩은 피해야 한다. 데크가 금방 손상된다.

목재데크 훼손하지 말자

전망대 데크는 백패커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목재데크에서 나사못 형태의 데크팩은 지양하고 데크 사이의 벌어진 틈에 고정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데크팩으로 구멍을 내면 데크가 빠르게 노화되어 이곳을 찾는 등산객과 자녀들이 망가진 데크에 발이 빠질 수 있다.

등산객 없는 시간에 야영하자

텐트 설치와 야영, 철수는 당일 등산객이 없는 시간을 이용하자.

텐트를 쳐두면 등산객들이 경치를 보기 불편하다.

국물 버리지 말자

국물이 남았을 때는 빈 페트병에 담아서 집에 가져와 버리자.

 바닥에 스며드는 순간 자연의 미생물과 풀들이 괴로워한다.

과일 껍질 버리지 말자

벗겨낸 과일 껍질을 땅에 버리지 않는다.

 농약이 묻어 있는 껍질은 토양에도 해롭고, 야생동물에게도 해롭다.

쓰레기는 집에서 분리해서 버리자

마지막으로 되가져온 쓰레기는 마을 어귀가 아닌 집으로 가져와서 잘 분리해서 버리자.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백패킹 예절이 어려울 것이 없다.


[개인적인 취미 같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요니 김혜연(인터넷상 닉네임과 이름)

13년째 등산, 백패킹, 클라이밍, 빙벽등반을 즐기는 30대 여성.

백패킹 장비매장 마이기어에서 근무하며 백패킹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백패킹은 자기 짐을 자기 힘으로 배낭에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기에 무척 개인적인 취미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은 많다. 지켜야 할 매너가 존재하는 것이다.

시끄럽게 하지 말자

너무 크게 음악을 틀거나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타인에게도 민폐지만 자연이 삶의 터전인 동식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여유를 즐기러 찾은 자연에서는

 바람소리, 새소리, 풀잎 흔들리는 소리 등 온전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좋다.

 숙영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늦은 시간까지 과한 음주와 소란을 자제하고, 달과 별의 조화로움과 함께 조용한 밤을 감상하자.

흔적을 남기지 말자

백패킹 매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연 보존이다.

 다음 사람을 위해 머문 자리는 흔적 없이 정리하고 발생한 쓰레기는 모두 되가져가는 것을 대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것은 백패커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연과 사람을 배려하자

백패킹 매너는 배려와 이해에서 나온다.

배낭을 꾸릴 때, 술과 음식은 조금씩 줄이고 자연과 사람을 위한 배려심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