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는 저잣거리에서 검을 사용하지않는다

산행의상식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1>] "백패킹이란 자연과 교감하며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것"

남산동 2018. 6. 2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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젋은 백패킹 전문가들이 제대로 장비 꾸리고, 즐기는 법 알려드립니다!

“백패킹을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 주는 곳이 없어요.”

맞는 말이다. 백패킹스쿨은 없다. 등산학교는 암벽등반만 가르치고, 산악회는 당일산행 위주다.

 백패킹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은 없다.

 그런데 백패킹 동호인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제대로 된 등산 경험도 없는 이들이 SNS에 뜬 낭만적인 야영 사진만 보고,

 100리터 배낭을 메고 입산해 자연 파괴를 일삼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초보적인 캠퍼들이 산에와서 장비자랑을 하는 사례도많다

산에서는 목적하는 산에 맞게 장비를 구비하면 된다 

백패커들이 우연히 만나 가장 듣기싫어하는 소리중 하나가 장비자랑하는

초보적인 캠퍼들이다 초보 캠퍼들은 산엔 별관심이 없고 오직 장비에만 관심을 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백패커’ 이미지가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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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야 한다. 잔소리라 여기지 말고 기본 개념을  탑재해,

 ‘자연과 어우러진 백패킹’을 하면 된다.

 백패커들 몇 명이 텐트에 모이면 이런 얘기가 자연스레 오간다.

 백패커들 사이에 그런 목마름이 생긴 지 몇 년 되었다.

“월간<山>에서 그런 교육을 마련해 달라”는 얘기도 숱하게 들었다.

그래서 백패킹스쿨을 시작한다. 

학교인 만큼 당연히 강사가 있다.

 모두 현역 베테랑 백패커들이며,

 새로운 장비와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젊은 백패킹 고수들로 강사진을 꾸렸다

. 매달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백패킹 스타일이 다른 강사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하게 된다.

 한쪽으로 치우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열린 백패킹 노하우 전수를 기본 틀로 삼고자 한다.

 강사들마다 생각과 노하우가 다를 수 있으며,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다양한 방식 중에서 자신만의 백패킹 색깔을 찾길 바란다.

첫 회 주제는 ‘백패킹의 즐거움’과 ‘백패킹이란 무엇인가’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백패킹에 열광하는가?

 무슨 재미가 있어서 이렇게 몰리는지 알아보자. 먼저 백패킹의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

백패킹Backpacking을 우리말로 바꾸면 ‘배낭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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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물건을 배낭에 지고 다니는 여행의 모든 형태를 의미한다.

 백패킹은 1박 이상 잠을 자는 여행을 뜻한다.

 도시나 관광지를 도는 여행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야영하는 것을 백패킹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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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막영’이나 ‘야영’이란 단어를 많이 썼지만

  요즘은  백패킹, 오토캠핑, 미니멀캠핑 같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비박이란 용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으나  잘못알려진 인터넷 용어이다

  비박은 텐트를 치지 않고 자는, 긴급상황에서 텐트 없이 하룻밤 보내는 걸 말한다.

 야영과 백패킹은 비슷한 의미인데,

 다만 야영은 산에서 텐트 치고 자는 것이란 이미지가 강하고,

 백패킹은 자연의 모든 범주가 포함된다

. 강이나 바닷가 등에서 텐트 치고 캠핑하는 것도 백패킹이라 부르는 추세다.

백패킹이 좋은 것은 자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산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해돋이와 해넘이를 생생하게 체험하며 자연이 순환하는 신비를 모두 체험하는 방법이다.

그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본연의 나를 만나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 또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고,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사람과 어우러지는 것이 백패킹이다.

 

 

산중야영만 백패킹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속 어디든 백패킹 대상지가 된다.

 

 

텐트를 치는 백패커들.

 “광활한 대자연으로 떠나는 모험”
COOL-K 김광수(인터넷 닉네임과 성함)
PCT 4,300km 백패킹 종주, 스웨덴·노르웨이 쿵스라덴 440km 백패킹 종주. 현 제로그램 전략기획팀 과장.

백패킹이란 일상을 떠나 불편을 감수하며 자유를 찾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와 광활한 대자연으로 떠나는 모험이다

 

. 덧붙이자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진솔할 수 있는,

 

나를 잘 알게 되는 시간이다.

백패킹의 즐거움도 이 연장선에 있다.

 마치 자연이 숨겨 놓은 속살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어둠이 깔리고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자연에서 야영할 때

, 스치는 작은 바람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지만,

 두려움은 늘 내 안에 존재하는 것. 그렇게 조금씩 자연을 배우게 된다.

붉게 물든 노을과 동이 틀 때의 운해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대자연의 감동이다.

 자연에 대한 끌림, 편안함, 겸손, 자유로움이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다시 찾게 만드는 백패킹의 매력이다.

 

 

자연에 뛰어들어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이 백패킹의 기본이다.

 “당일 산행에서 보지 못한 산의 깊이를 느낀다”
인천총각 이용균
MSR, 시에라디자인, 콜맨, Thule 브랜드 영업을 맡았으며, 현재 Monterra 기획과 영업을 맡고 있다.

백패킹은 자연과 깊이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대 후반 번들거리는 모니터를 벗어나고 싶어 산행을 시작했다.

 다양한 책과 등산전문 매거진을 통해 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나름 산에 잘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산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려 했지만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오르지 않으면 제대로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산에 있으면서도 출근 준비와 밀린 업무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

8년 전 백패킹을 시작하면서 산이 점차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배낭을 멘 채 풀썩 주저앉아 있을 때 은은한 바람에 실려 오는 들꽃 향기.

 한참 격렬한 오름 뒤 능선에서 맞는 바람의 청량한 감촉

. 바위를 감싸 기이한 형태로 하늘 향해 올라가는 나무들의 가르침.

새벽 미명에 스며든 진한 녹음의 색채들과 고요 속의 우직함.

당일 산행으로 느껴보지 못했던 산의 깊이가 있었다

. 숱한 명사들이 자연을 경외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백패킹을 하고자 한다면 자연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권한다.

내가 생각하는 백패킹의 즐거움은 사람이다. 자연과의 교감만큼이나 즐거운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다

. 물질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순수한 주제로 만나는 사람과의 교류는 전혀 진부하지 않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해관계의 만남보다 깊이와 폭은 넓다.


 

 

운해가 깔린 산정에서 야영을 즐기는 백패커들.

 “가장 이기적인 나로 돌아가는 시간”
BYE JUN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백패킹 장비전문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백패킹은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 소속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 책임감과 행동규범이 따르는 집단을 벗어나,

나만을 위한 순간을 즐기는 가장 이기적인 취미다.

 혼자 자유롭게 가거나 동행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함께 걷고 얘기 나누는 동행의 의미도 나를 위한 순간들이다.

자연의 품에서 보는 시원한 경치와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가 좋다.

 운동을 좋아해 여러 종목을 거쳤지만

 백패킹은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취미 활동이라 생각한다.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여유를 갖고 힐링하며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짧은 여행이지만 가장 이기적인 온전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 백패킹이다.

백패킹의 재미는 신선놀음에 있다.

 일반적인 도시인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한다는 즐거움.

 산정에서 황홀한 노을을 보고, 밤하늘의 별천지를 보고,

 뜨는 해를 보고 있노라면 ‘나에게도 이런 감성이 있었던가’하고 놀라게 된다.

 꼭 산 정상이 아니더라도 숲에서 바닷가에서,

 강가에서 텐트 쳐 놓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마시는 술 한 잔.

 애주가는 아니라도 “캬~”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또 태양을 보며 향긋한 커피 한잔 하노라면 신선이 된 듯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현대판 신선놀음, 재밌지 아니한가.

 “최소한의 장비로 최대한의 자연을 느끼는 것”
OUTSIDER MIN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다수 트레일 백패킹 종주.
남미 4,000~6,000m대 고산 3곳 등정. 현재 파키스탄 K2 BC 및 훈자 종주 준비 중.

백패킹은 1박 이상의 야영을 위한 장비를 들고 떠난다는 의미다.

산이나 들, 강가, 캠핑장 등을 포괄하는 자연에서의 하룻밤을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백패킹은 그보다 좁은 범위다.

당일에 마무리 할 수 없는 장거리 트레일이나 정상을 향해 1박 이상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 하지만 국내 산은 대부분 당일치기로 가능하다.

 장거리 트레일은 야영이 불가능한 곳이 많아 제대로 된 백패킹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은 산 이외의 캠핑장 같은 곳에서 순전히 하룻밤의 낭만을 위해 배낭을 꾸린다.

하이킹이 발달한 유럽과 북미에도

 캠핑장이 있지만 대부분 긴 트레일을 걷기 위한 하이커들의 쉼터나 숙영지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국내는 순전히 하룻밤 감성을 위한 캠핑의 의미가 크다.

백패커보다는 캠퍼에 더 가깝다고 보인다.

나 스스로 백패커라 지칭하고,

 백패킹을 하는 것은 멋진 고산의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감성충만하게 지내기 위해

등짐을 메고 멋진 경치를 찾아 오르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 사계절 풍경과 야경을 보기 위해 백패킹을 한다.

 같은 산을 오르더라도 계절에 따라 다르고, 낮과 밤의 경치는 다르다.

처음 백패킹을 시작했을 때는 먹고 즐기기 위해 온갖 장비를 챙겨 들고 올랐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내가 경험하고 느낀 자연을 추억으로 남기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한 장비를 우선으로 하게 되었다.

 백패킹은 멋진 경치를 즐기고, 기록해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재미가 크다.

백패킹은 최소한의 장비로 제대로 된 자연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다.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원만 짊어지고 먹는 즐거움을 잠시 내려놓으면,

몸이 편해지면서 평생 추억으로 남을 멋진 자연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

또한 장거리 트레일에서 만나는 하이커들과의 대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다양한 문화와 환경에서 다르게 자랐지만,

 같은 목적으로 모인 낯선 이들과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들은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 흔적을 곱씹다 보면 어느새 다시 배낭을 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