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는 저잣거리에서 검을 사용하지않는다

산에관한이야기

국내 최초 여성 산악구조대장 오경아씨

남산동 2013. 2. 19. 22:28

 “산악 사고 예방에는 남녀가 따로 없습니다”
국내 최초 여성 산악구조대장 오경아씨

우리나라 산악구조대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장이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2월 15일 제주산악안전대 제11대 대장으로 선출된 오경아(43)씨. 그녀는 매킨리도 오른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등반가로, 이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산악구조대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산에 다닐 때는 여자 대접도 못 받았는데, 대장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관심을 가져 주셔서 재미있네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여성이라고 짐을 적게 지거나 뒤로 빠져본 적이 없어요. 남자들과 똑같이 구조대 임무를 수행하며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했고요. 대장으로 뽑힌 것도 다 그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1988년 제주대 1학년 때 등반의 세계에 입문했다. 사촌오빠의 권유로 우연히 모임에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그날 이후 산은 오 대장의 삶이 됐다. 어릴 적 나무 오르기를 좋아했던 그녀에게 등반은 자연스런 행위였다. 제주산악안전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2학년 때 참가한 합동동계훈련 때문이었다.


“안전대는 예나 지금이나 제주도 최고의 팀입니다. 훈련에 함께한다는 것은 뭔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마침 한 기수 위의 선배들이 모두 군에 입대하며 혼자 남았는데, 안전대에서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줬어요. 그 이후 계속해서 안전대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해 왔어요.”


1961년 창립된 제주산악안전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산악구조대다. 한라산에서 조난 사고가 발생하며 산악인들이 뜻을 모아 만든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대원들은 겨울이면 주말마다 한라산 삼각봉대피소에서 대기하며 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구조대장으로 선출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벌써 두 번이나 조난객을 구조했어요. 많으면 1년에 10회 정도 사고 처리를 위해 대원들이 출동합니다. 한라산은 유난히 겨울철 사고가 많은데, 준비 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산을 쉽게 보고 올랐다가 탈진해 추위에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엉덩이 썰매를 타다가 다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요. 여름에는 짙은 안개로 길을 잃는 사고가 잦고요. 그럴 때는 많이 움직이지 말고 휴대전화로 최종 확인한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주산악안전대의 현재 대원은 37명. 이 중 창립 멤버와 역대 회장 등 종신회원 7명을 제외하고 30명이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대원들은 회사원, 자영업, 농업, 보험원, 교사 등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평소 생업에 종사하다 조별로 대피소에서 근무하며 구조 활동을 펼친다.


“구조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대부분이 대원들의 찬조금이에요. 대한적십자사에서 150만 원, 대한산악연맹에서 50만 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하죠. 상황이 이러니 구조 장비 교체는 꿈도 꾸기 어려워요. 제가 대장으로 있는 동안 구조대 활동을 좀더 적극적으로 알려 후원을 이끌어 내고 싶고, 더불어 제주산악안전대 50년 역사를 기록한 책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너무 많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