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는 저잣거리에서 검을 사용하지않는다

산에관한이야기

2006년 에베레스트 조난사고 다룬 <선택> 펴낸 곽정혜씨

남산동 2016. 9.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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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숙제였던 책을 쓰며 더욱 성숙해질 수 있었어요”

2006년 5월 18일 낮 12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오른 곽정혜(35)씨는 4캠프(7,950m)가 있는 사우스콜로 되돌아가던 도중 추락해 조난을 당했다. 그녀는 극심한 추위와 체력저하로 인해 죽음 직전까지 갔다.

천우신조였을까, 얼음판에 실신 상태로 누워 있던 그녀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중동고 원정대원들에게 발견되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후 4캠프에서 중동고 대원들의 극진한 간호로 의식을 되찾아 베이스캠프로 내려왔지만, 심한 동상을 입은 끝에 왼손 손가락 모두와 오른손 새끼손가락,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잃게 됐다.

당시 각종 매체에 의해 자세히 보도되었던 이 사고가 10년 만에 다시 쓰였다. 곽씨는 사고 이후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다른 동상 치료 방법을 써서 완치하는 데 2년이 걸렸어요. 치료를 완료한 후에는 2년간 오지 전문 여행사에서 일했고, 2009년부터 6년 동안은 등산전문 월간지에서 일했습니다.”

산에 대한 열정도 잃지 않았다. 곽씨는 “국내 워킹산행은 물론 2010년에 신혼여행으로 알프스 종주도 했고, 일본 북알프스 종주도 했다”며 심지어 “암벽 등반도 초·중급 코스는 웬만큼 하고 인공 등반 기술도 배웠다”고 밝혔다.

책에서는 당시 사고가 일어난 배경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여러 가지 원인과 우연이 겹쳐서 일어났고, 매순간 곽씨는 선택을 해야 했다.

곽씨는 “여러 선택이 교차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그렇기에 책의 제목도 ‘선택’으로 지었다”고 했다.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인생의 숙제를 풀고, 중동고 원정대원들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다. 또한, 다섯 살 된 딸을 위해서기도 하다.

“이 책은 저에겐 ‘숙제’ 같아서 언젠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특히, 저 때문에 정상 등정을 포기한 박재우, 최인수 중동고 선배님의 얘기는 반드시 남겨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책에 이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마지막으로는 딸을 위해섭니다. 이제 장애에 대한 인식을 할 나이인데 언젠가 이 책을 통해 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장애를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자책에서 자성으로 승화했다. 곽씨는 “사고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후회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글을 쓰면서 내 선택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정리하며, 한층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제 진정성을 잘 전달하고 싶어서 많이 고민했어요. 다양한 선택이 오갔던 그 당시를 가감 없이, 진심으로 책에 담았어요. 사고 원인들에 대한 후회는 아직도 남아요. 조금 더 신중했다면, 체력이 있었으면, 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그날 에베레스트에 오른 걸 후회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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