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는 저잣거리에서 검을 사용하지않는다

산에관한이야기

[완벽한 자유로움! 솔로 백패킹 | 어떻게 시작할까] 혼자이기에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남산동 2016. 11. 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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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기본기 있어야 안전, 음식과 장비는 1인분에 맞게 준비해야

솔로 백패킹은 고요한 자연 속에서 갖는 자신만을 위한 휴식 시간이다. 물론 불빛 하나 없는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잔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익숙지 않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온갖 소음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깊은 고요가 필요하다.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홀로 하룻밤을 보내면,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 전기의 편리함 등 너무 가까이 있어 알지 못했던 것들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솔로 백패킹은 워킹산행이 익숙해진 다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낮은 산 당일산행부터 시작해 기초를 닦고 시작해야 몸에 무리가 없다. 또 악천후나 조난 등의 긴급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 때문에 백패킹을 하려는 사람은 ‘어떤 백패킹 장비를 살까’보다는 등산화와 등산복 같은 기본 장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 장비를 구입해 당일산행 경험을 쌓아 근육을 단련하고,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솔로 백패킹은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백패킹 특성상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불필요한 장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혼자 움직이는 시간이 고통스런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 배낭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게 되면 대신 짐 들어줄 사람도, 손 잡아줄 사람도 없다.

아무리 값비싼 장비로 꽉 채웠어도 지나치게 배낭이 무거우면 허리와 어깨는 물론, 무릎과 발에도 무리를 준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디스크는 물론, 연골과 관절 손상까지 진행되어 골병이 드는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 걷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장비를 꾸려야 한다. 가벼울수록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백패킹
1 그레고리 데날리프로 105리터 배낭으로 야영장비를 꾸린 백패커. 2 산에서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갖기 위해선, 그만큼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등산화와 스틱을 준비하라

솔로 백패킹의 시작은 평범하다. 기본 등산장비인 중등산화와 스틱을 준비하는 것이다. 초경량 트레킹화나 운동화처럼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돌길을 내려가면, 족저근막염을 비롯해 무릎 연골과 관절·허리 디스크가 상할 수 있다.

밑창이 두꺼워 충격흡수력이 뛰어나고 발의 피로도가 적은 중등산화가 좋다.

스틱을 사용하면 배낭 무게가 분산되고 더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배낭 역시 어깨가 아닌 몸 중심, 골반 위에서 허리끈을 조이고 등판을 자기 몸에 맞추는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

솔로 백패킹 장비는 혼자 사용하는 것이다.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1인분만큼, 나 혼자 쓰기에 불편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다고 내게도 필요한 장비는 아니다. 기본 장비만으로 얼마든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가령 의자가 없어도 매트리스로 대체할 수 있고, 철제 테이블이 없어도 바닥에 놓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최소한의 장비로 시작해, 몸이 받는 무게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장비는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직접 체험해 보고, 이건 꼭 있어야겠다 싶은 것들, 이 정도 무게면 문제없겠다 싶은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야 한다. 수도승이 아닌 이상 산에서 청빈한 생활만 할 수는 없다. 최신 장비를 골라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 역시 백패킹의 큰 즐거움이다.

솔로 백패킹에서 중요한 것은 야영 장소의 선택이다. 여럿이 무리지어 온 백패커들 가까이 자리를 잡으면, 시끄러워서 솔로 백패킹의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 토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에 가거나, 야영 터에서 살짝 동떨어진 귀퉁이 등 최소한의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택해야 한다.

텐트는 우리나라의 경우 솔로 백패킹을 한다 해도 1인용 텐트보다 1~2인용을 쓰는 경우가 더 많다. 2인용은 두 명이 누웠을 때 딱 맞는 크기이며, 한 명이 편하게 자면서 남는 공간에 장비를 둘 수 있어 1인용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다. 백패킹 텐트는 1~4kg 정도이며 가벼울수록 고가이다. 크기가 작기에 대부분 간단하게 칠 수 있는데, 이때 스트랩을 팽팽히 당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라이나 타프가 펄럭이는 소리로 인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백패킹
1 에어매트리스는 꼼꼼히 바람을 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피가 커져서 케이스에 넣기 어렵게 된다. 2 이너텐트와 플라이 사이의 공간에 취사 도구 등의 장비를 비치할 수 있다. 3 2개의 용기로 구성된 1인용 코펠 세트. 1인용 장비들은 대체로 부피가 작고 가볍다.
‘혼술’로 인사불성 되면 답 없어

당연한 얘기지만 음식은 1인분만 준비한다. 그 이상의 양은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 자연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배낭 무게를 늘리는 데도 한몫 한다. 일반 쌀보다는 건조식량인 알파미나 전투식량 등 가볍고 조리가 간편한 것을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적당한 음주는 백패킹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그러나 산에서의 과음은 절벽에서의 추락 등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혼산으로 와서 혼술로 인사불성이 되면 답이 없다. 혼자 와서 혼자 필름 끊어지면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배낭을 꾸릴 때부터 술은 약간 부족한 듯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남은 음식이나 다음날 아침에 먹을거리는 밀봉 후 잘 정리해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생고양이나 멧돼지를 끌어들이게 된다. 근교 산의 경우 야간산행을 하는 이들도 많으므로 장비는 가급적 텐트 안에 두는 것이 좋다. 1~2인용 텐트라 하더라도 플라이와 이너텐트 사이에 전실 공간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공간에 텐트나 코펠 등의 장비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솔로 백패킹은 여성 혼자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뉴스를 통해서 알 수 있듯 산에서도 강력범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라 해도 야생의 환경에서는 변수가 많으므로 솔로 백패킹을 갈 때는 반드시 주변 사람에게 목적지와 시간 등을 알려야 한다.

혼자 갈수록 등산의 기본에 더 충실해야 안전하다. 등산지도를 준비해 목적지의 코스와 지형을 미리 살피고, 스마트폰의 다양한 GPS앱을 활용해 길찾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해야 한다.

솔로 백패킹은 산이라는 거친 환경에서 자기 몸을 스스로 건사할 준비가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철저한 준비는 기본이다. 완벽한 자유로움을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이제 솔로 백패킹을 시작하자. 들판이 내 집이고, 별이 쏟아지는 하늘이 내 천장이며, 상큼한 산바람이 내 손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