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도 관상(觀相)이 있다. 제일 먼저 ‘음산(陰山)’인가, ‘양산(陽山)’인가부터 본다. 지리산·오대산·무등산처럼 흙이 많으면 음산이다. 설악산·월출산·가야산처럼 바위가 돌출되어 있으면 양산이다. 보통 악(岳·嶽)자가 들어가는 산은 양산으로 분류된다.
그 다음에는 오행(五行)으로 분류한다. ‘목산(木山)’은 삼각형처럼 생긴 산이다. 이런 산을 유학자들은 문필봉(文筆峰)이라고 해서 귀하게 여겼다. 경남 산청에 있는 필봉산(筆峰山)과 전남 담양의 삼인산(三人山)이 생각난다. 이 부근에서는 학자와 문장가가 많이 배출된다.
‘화산(火山)’은 뾰쪽뾰쪽한 바위봉우리가 치솟은 산이다. 이런 산에는 화기(火氣)가 많아서 사찰이나 암자를 지어 놓으면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설악산이 대표적인 화산이다. 백담사(百潭寺) 자리도 화재 발생을 막기 위한 비보(裨補) 차원에서 물이 많은 100번째 연못이 있는 터에 절을 세웠다는 구전이 전해진다. 전북 고창의 소요산(逍遙山)은 바위 속에 유황(硫黃) 성분까지 들어 있어서 화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유황 성분이 있는 바위산은 지혜를 개발시키는 데 최고의 산이다. 화산은 불교의 고승이나 기도객들이 선호한다.
‘토산(土山)’은 산의 모습이 테이블처럼 평평하게 생긴 산이다. 집 앞에 토산이 있으면 인품이 점잖은 군자가 배출된다고 한다. 계룡산의 국사봉(國師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한말(韓末)에 김일부(金一夫) 선생이 공부하던 터가 있다. 충남대 총장을 지낸 이정호(李正浩) 선생도 1950년대 중반에 이 터에다 향적산방(香積山房)을 지어놓고 제자들과 함께 정역(正易) 공부를 했는데, 이 향적산방 앞에 보이는 산이 아주 보기 좋은 토산이다.
‘금산(金山)’은 모양이 바가지나 철모처럼 둥그런 산이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칠읍산(七邑山)이 금산이다. 아주 단정하게 생겼다. 이곳에서는 부자·장군이나 인물이 잘생긴 사람이 배출된다. 전북 진안의 마이산(馬耳山), 경북 구미의 금오산(金烏山)도 잘 생긴 금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수산(水山)’은 물결이 흘러가는 것처럼 평범하게 생긴 산이다. 등산 다니면서 산의 관상을 살펴보고 다니면 재미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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